고대민동 소개

자유게시판

고려대학교 민주동우회 회원들을 위한 자유게시판입니다.

고 유재관(사학81) 선배님의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작성일
2016.10.05
첨부파일
고 유재관 선배님의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 유재관 선배님은 고대 사학과 81학번으로 전두환 독재정권 규탄 학내시위 주동자로 수배를 받다가 84년 수배해제와 복학, 이후 신흥목재에 입사하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하였습니다. 이후 인천지역사회운동연합 활동을 하는 와중에 1991년 경찰이 연합사무실을 침탈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선배님은 총회자료와 조직문건을 챙겨서 피신하다가 3층에서 뛰어 내렸으나 많이 다쳐서 병원으로 옮기던 중 운명하였습니다.>

지난 20일 화요일에 김포공항 근처에 살고 계신 고 유재관(사학81) 선배님의 어머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이 집에서 196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살고 계시더라구요.
3층이 어머님 집이시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작은 옥상텃밭에 배추며 고추, 수수, 상추등등 여러 가지 채소를 키우고 계세요. 그리고 집안 곳곳에 도자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거실에서 차를 마시는데 어머님과 유재관 선배님의 여동생이 쓴 서예가 표구되어 걸려있더라구요. 어머님이 정말 서예 잘 쓰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선배님의 남동생인 유재홍님이 조각가로 다양한 그릇과 도자기들을 만들어 작품전시를 하는건 알고 있었는데 아마도 어머님의 예술적 능력을 물려받은 듯 합니다. 여러 서예작품, 부채에 새겨진 글씨등등 어머님의 손재주가 그대로 자식들에게 나타났구나 싶었습니다.

어머님은 아직도 유재관 선배님이 쓰시던 방을 그대로 놔두고 거기에 있는 책들도 그 상태 그대로 간직하고 계세요, 우리에게도 선배님의 어린 시절, 고등학교 대학생 시절의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는 죄인이라고 많이 아파하십니다. 벌써 25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아파하시고 죄스러워하십니다.

서예를 쓰는건 아들에 대한 한의 소리를 내가 쓰고 있는거라고 하시고 여러 가지 규방공예작품들도 아들을 보내고나서 만들기 시작하셨다 합니다. 규방공예, 한땀한땀 바느질로 만든 것들, 오방색주머니와 골무, 보자기등 어머님이 만드신거 보고 정말 서예작품에 이어 또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어쩜 이렇게 손이 야무지신지요~!

그렇게 만들어 놓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겨 작품집을 손녀가 만들어주었고 아시는 분이 그 작품들을 거의 다 구매해가셨답니다. 하나남의 은총이라고 생각하세요.

평화신문에서 주최하는 신앙체험수기 공모전에 그동안의 생활과 유재관 선배님의 죽음이후의 생활에 대해서 ‘다시 올 수 없는 길’ 이라는 신앙고백수기가 당선되기도 하였습니다. 어머님이 책도 많이 보시고 생각도 깊으시고 그걸 글로 쓰시면서 유재관 선배님죽음이후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려하신게 느껴집니다.
불쌍하고 아까운 내 아들. 한이 맺히는 그 세월을 누가 말해줄 수 있을까

어머니는 계속 자식을 보낸 죄인된 심정이라고 하시면서 아직도 유재관 선배님을 마지막으로 감싸고 있었던 태극기를 보관하고 계십니다. 태극기를 저에게 보여주면서 선배님이 한창 인천의 노동현장에서 일하다가 집으로 오면 이상한 냄새도 나고 행색도 안좋고 그래서 어머님이, “너는 왜 하필 노동자로 살려고 하느냐?” 고 똑똑하고 총명한 아들의 모습이 맘에 안들어 말씀하시면, 선배님은
“노동은 신성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한치의 후회도 없다” 하셨답니다.
그러면서 유재관 선배님이 평소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고 하세요.
< 죽음을 피할 수 있었지만 나는 죽음을 각오했다. 내가 죽는 것은 그 목적이 숭고한 것이다. >

어머님은 선배님의 죽음이후 아들을 그렇게 보낸 것에 대한 한이 맺혀서 누구에게 뭐라도 말을 해야 하는 답답한 세월을 지내고 계십니다. 시간이 날때마다 절두산 성지에 가서 혼자 속죄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고 하세요. 그리고 복지관에서 식당봉사활동, 성당에서 레지오 활동들을 하면서 지내시면서 남은 여생을 어떻게 해야하나 어떻게 나의 삶을 정리를 잘하고 갈 수 있을까 요즘은 그 생각을 하고 계시답니다.
인간은 누구나 흔들면 다 먼지가 나온다.
어느 순간 공기처럼 문제가 다 해결이 된다. 참 지혜로우신 어머님이세요.

민동에서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 하십니다. 한동네에 50년도 넘게 살았지만 유재관 선배님의 죽음이후 자식 죽인 죄인이라는 생각에 일절 동네분들과의 소소한 대화조차 피하고 지내신다고 하네요. 매일 혼자 계시는 어머님께 시간내서 자주 찾아 뵙고 같이 밥도 먹고 그래야겠습니다.
어머님, 제가 두고온 가디건 찾으로 또한번 놀러갈게요. 같이 단풍놀이도 한번 가요~